사람은 길에서 살거나 집에서 산다. 그 중 한옥목수는 대부분 길에서 산다. 요즘 우스갯 소리로 주말부부는 3대가 적선해야 이룰 수 있다는데, 월말부부도 못되는 한옥목수들은 10대 쯤 적선 했을라나~^^ 
 
어쨌든 길 위의 삶, 늘 객고에 시달리다 보니 아낙네 살내가 그리운 것도 사실. 그 비극적 일화 한 토막~ 
 
강화 전등사 대웅전 추녀 아래엔 '나부상(裸婦像)'이 조각돼있다. 성스러운 법당 처마에 웬 나부상? 이 조각을 두고 여러 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한 도편수와 주모의 치정담. 
 
조선조 광해군 때, 화재로 인해 전등사 건물이 소실돼 재건공사를 하게 됐다. 중요한 사찰인만큼 재건공사에는 솜씨좋은 목수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그 우두머리인 도편수가 인근 주막의 주모와 정분이 났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갈 무렵, 돈에 눈먼 주모가 도편수가 믿고 맡겨놓은 돈을 들고 야반도주 해버리는 사건이 터진다. 때늦은 후회... 떠나간 사랑에 대한 소심한 복수일까, 도편수는 네 귀퉁이의 추녀 아래 주모를 닮은 나부상을 조각해 넣었다고 한다. 
 
(딴지질~ 작업 공정상 선후가 어긋나기는 하다. 통상 추녀걸 기 전 이라면 대목 일이 절반 정도밖에 진행 안됐는데... 드잡이해서 밀어 넣었나?) 
 
아틀라스의 조선 버전인가? 벌거벗은 채 평생 무거운 지붕을 떠받들라는 원망일까? 매일 부처님 말씀 들으면서 쌓인 업을 씻어내라는 배려일까? 
 
하지만 여기에도 재밌는 예외가 있으니, 세 곳의 추녀 밑에는 두 손으로 추녀를 떠받치며 벌받는 모양인데, 한 귀퉁이의 것은 한 손으로만 추녀를 받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벌을 받으면서도 잔꾀를 부리는 듯한 모습에서 선배 목수들의 재치와 해학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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